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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2년 08월 16일 (목) 17:23 [제 553 호]
빌리지 않은 것이 없느니

우리 몸도 결국 자연에 돌려주어야 문명 역시 소유자 따로 없어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고려 말의 학자인 이곡은 <차마설>에서 말을 빌려 타는 경험을 통해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말하고 있습니다.
집이 가난해서 말을 빌려 타야 했던 그는 말에 따라 타는 법이 달랐다고 합니다. 여위고 둔해 걸음이 느린 말을 탈 때는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하지 못하고 조심조심 달렸으며,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말에서 내려 걸어갔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부실한 말이라도 후회하는 일이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
반면에 준마를 빌려 탈 때는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해서 달립니다. 고삐를 놓으면 언덕마저 평지처럼 보여 마음이 장쾌해집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위태롭기만 해서 떨어질까 두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이 이처럼 변덕스럽고 빌려쓰는 것도 이와 같은 하물며 자신이 소유한 것이라면 더할 것이 없다고 질책했습니다.

그는 이 글에서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빌리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으며,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는 법이라고 그는 지적합니다.
또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머미는 지아비로부터 하인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 가진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처럼 빌린 바가 많지만 자기 소유처럼 여기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른다고 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는 빌린 것이 주인에게 돌아가면 임금도 외톨이가 되는 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맹자는 『남의 것을 오랫동안 빌려쓰고 있으면서 돌려주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을 잊어버린다』라고 경고합니다. <차마설>역시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시대이기에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역시 변화해야만 합니다.그러나 변화라는 것은 지엽적입니다. 우리의 본성까지 변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누구나 현대의 발달된 문명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더구나 누구나 극장처럼 공연 시설을 관람하듯이 문명의 혜택을 공유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공유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기 개인의 소유물처럼 사용합니다.
이곡의 글을 통해 여러분도 분별력을 배웠으면 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내 것은 없습니다. 우리 몸도 결국 우리 것이 아닌, 자연으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인생에 결국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 설산스님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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