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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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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 08일 (토) 08:39 [제 900 호]
서대문사람들신문 900호를 마감하며

힘든시간 이겨냈으나 더 큰 고비 또 넘어야
반목과 갈등의 기초의회, 제 살 깎아 먹으며 퇴화 중 과거를 그리워 하지 않을 수 있는 ‘희망’을 기다리며

봄볕이 봄꽃을 부르는 계절이다. 작은 꽃들이 무리를 지어 먼저 피는 것은 짧은 시간 봉우리 큰 꽃보다 앞서 벌들을 유혹하기 위함이라는 어떤 과학자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셀 수 없이 가지에 매달린 수많은 매화, 살구꽃, 벚꽃들은 벌써 무리지어 낙화하며 꽃비를 만들고 있다. 기온이 조금 높은 궁동산은 그래도 안산보다는 조금 늦게 꽃들이 피어 한무더기의 꽃산을 만들었다.

800호 기념사를 쓰던 3년전은 코로나로 암울했던 시간이었지만, 끝을 기다리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긴 시간 끝에 다가온 2022년은 팬더믹 이후에 다가온 각종 위기들로 코로나 못지 않은 상실감과 두려움의 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 값은 그보다 더 무서운 금리 인상으로 잡혀가는 듯 하지만,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을 가지려던 사람 , 어느 누구에게도 희망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거리두기로 사람이 다니지 않던 상가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거나 아직도 문을 닫고 침묵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지방정치인들은 새롭게 의회에 입성했다. 지방자치시대 30년을 넘어서는 의회는 서른살 만큼 성숙해졌어야 하지만, 요즘 서대문구의회는 연일 반목과 갈등속에 집행부 견재는 커녕 제 살을 깎아 먹으며 퇴화하고 있는 듯 하다.
여당은 구청장의 대변인이 됐고, 야당은 그나마 쓴소리를 제대로 할 의원들이 많지 않다. 논리와 명분이 법안에 함께 따라야 하는 의회 회의장은 발언대보다 의석에서 더 많은 고성이 오가고 있다. 의장은 의원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의장단은 결산검산위원 선임조차 2회기나 부결시키며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서대문사람들은 지령 900호를 발간한다.

지난 일요일은 서대문의 4대 내산으로 호랑이의 기세로 서쪽을 지키던 인왕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택가와 인접한 인왕산의 화재는 거세진 봄바람과 함께 번져나가 축구장 21개 넓이를 태웠다. 
개미마을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번질지 모르는 불길을 두려워하며 집을 버리고 대피하는 소동도 겪었다. 
잘 조성된 백련산에는 파크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서대문구의 계획이 나오면서 인근 주민들은 결사반대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불이나서 사라지는 산, 인간의 이기심으로 사라질 산을 바라보며 인간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경고를 우리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본다.

800호를 만들면서 900호에는 더 희망찬 기념사를 쓰게될 것이라던 기대는 다시 1000호로 미뤄본다.
TS엘리엇의 황무지에 등장하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다」처럼 더 이상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기를 기다려본다.

<발행인 옥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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