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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06일 (월) 20:39 [제 894 호]
100년후에도 보물같은 공간으로 남을 카페 ‘신촌 미네르바’

싸이폰 추출방식으로 내리는 핸드드립커피 맛볼수 있어
50년 한자리 지켜온 서울 미래유산 지정, 오래됨에 주는 편안함은 ‘덤’

△카페 미네르바 입구
△정감가는 실내 인터리어에도 세월이 묻어있다.
△카페 미네르바 실내 전경
△손수 원두를 볶으며 미네르바를 20년 넘게 운영해온 현인선 사장
△싸이폰 커피 기구
연세로에서 명물거리로 들어서는 초입, 하얀 간판만이 골목길안 미네르바를 안내한다.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 미네르바」라는 간판은 그나마 가게 뒤편의 고깃집 간판에 가려 자칫 지나치기 십상이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오르니 「조금은 촌스럽지만 사랑과 낭만이 넘쳐 흐르는 곳 미네르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붓글씨가 주인장보다 먼저 인사를 건넨다.
미네르바는 50년전의 원두커피집을 그대로 재현한다. 
입구에 자리잡은 커피 로스팅 기계 앞에서 현인선 사장은 이번주 손님들에게 제공될 원두를 볶는 중이다. 

1주일에 5킬로그램 정도의 원두를 볶는데 신선한 커피를 위해 매주 로스팅을 한단다.
다방커피가 찻집을 대표하던 1975년 문을 연 미네르바는 50년 가까운 시간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테이블 위 빨간 체크무늬의 테이블보와 장식들 몇 개는 도망가 빠진채인 고풍스러운 소파의자에서 오래됨이 주는 편안함이 전해진다.
지난 2000년 미네르바를 인수해 22년째 운영중인 현인선 사장은 IMF를 지나오면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신촌에 카페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현대백화점 부근에서 카페를 하다 미네르바를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고 말하는 현 사장은 『미네르바의 시작은 연세대 음대를 다니던 당시 건물주인의 아들 원두커피와 클래식을 좋아하는 친구들 몇명이 의기투합해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들려준다. 지금은 건물주도, 미네르바의 주인도 바뀌었지만, 커피에 대한 고집만큼은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

현 대표가 미네르바를 인수한 뒤 발견한 1980년대쯤의 오래된 메뉴판에는 원두커피가격이 1500원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자장면 가격이 500원정도였으니 미네르바의 원두커피는 큰 맘 먹고 마셔야 하는 사치였지만 음악을 좋아하던 음대학생들은 벽면에 커다란 스피커를 메달아 자신들의 취미를 맘껏 누렸었다. 
현 사장이 미네르바를 인수한 뒤 벽면 스피커 자리에는 도난방지기의 흔적을 발견했었다. 

당시 가격으로 1500만원대의 스피커였으니 미네르바는 그야말로 보기드믄 공간이었다.
건물은 그대로 남아 주인장은 손바뀜을 했지만, 한자리를 지켜온 신촌의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은 신촌의 추억을 함께해온, 신촌대학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추억의 장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그 후 100년을 지켜올 만한 보물같은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서울의 100년 가게」가 됐다.
「추억을 모두 간직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라던 어느 작가의 말처럼 미네르바 역시 모든 것을 간직할순 없지만, 신촌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공간임은 틀림없다.

미네르바에는 핸드드립 커피를 사이폰이라는 추출방식으로 조금은 특별하게 내려서 맛볼수 있다. 일반 핸드드립보다는 맑지만 향은 그대로 간직한 사이폰 커피는 50년전 미네르바로의 추출방식이다. 커피값은 일반 핸드드립 커피점보다 비싸지만, 그때의 향수를 기억하는 손님들이 아직도 이곳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2~3년 전 즘 미네르바를 운영했던 분이 가게를 찾은 적이 있어요. 60대 정도 돼 보이셨는데 당시는 증권회사 중역쯤 되신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하는 현사장.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미네르바의 커피를 이렇게 말했다.

『미네르바의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은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도 점수를 줍니다. 사이폰 추출 방식이 보여지는 노력이라면,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어요. 바로 「원두」예요. 30년 전만 해도 원두커피는 고급커피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단순히 값이 비싼 걸 넘어서 커피 한 잔이 매우 귀했던거죠. 그런데 지금 보면 커피 한 잔의 가치는 모르는 상태에서 시장만 너무 커졌어요. 커피의 가치가 「향기와 취향」이 아닌 「돈의 규모」로 평가받는 것이 안타까워요. 커피 맛과 향기는 매우 민감해서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금새 알아차려요. 원두의 질과 가공 정도, 물의 온도,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정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커피향 가득한 미네르바는 누군가에겐 커피 이상의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가장 뜨거웠고, 치열했던 순간이 녹아있는 시간으로, 10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신촌과 함께.

 <옥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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