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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7일 (월) 17:36 [제 883 호]
“어쩔티비?”로 묻고“저쩔 냉장고!”로 답하다

한글 잃어가는 ‘한글날’ 우리말 제대로 쓰자
듣도보도 못한 외계어쓰는 MZ세대 정작 표준어 의미는 몰라
사라져가는 한글, 종이책 안보는 세대 특성 두드러져

「어쩔티비~저쩔티비~안물티비~안궁티비~뇌절티비~우짤래미~저짤래미」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지만 요즘 어린 세대들이 일상용처럼 쓰는 신조어다.
어쩔티비는 누군가의 말에 대해 무시하거나 상관없음을 표할 때 『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의 의미로 등장했다. 요즘 세대들은 티브이를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속칭 꼰대들에 비유하는 비아냥거림으로 쓰인다.

저쩔냉장고는 어쩔티비 같은 무개념 언어에 대해 무개념 단어로 댓구하는 즉, 대답을 필요치 않다는 답변이다. 
아직 10대인 막내에게 어쩔티비가 무슨 말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니 알긴하지만 초등학생들이나 쓰는 단어라고 시큰둥해 한다. 그렇다면 이런 신조어들은 누가 만들고, 또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이런 출처불명의 단어들은 그저 발음 나는대로 뜻을 만들어 붙이다 보니 생뚱맞아 처음 듣는 사람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쩔티비의 뜻으로 유추해 본 결과 안물티비는 「안물어 봤다. 티비나 봐」, 안궁티비는 「안궁금하다 티비나 봐」의 의미일 듯하다.

그렇다면 뇌절티비는? 검색창을 두두려 보니 1절만 하고 그만하라는 의미란다. 
이렇듯 말도 안되는 신조어들은 의미를 부여해 쓰는 요즘 세대들이 정작 한자를 기반으로 한 한글의 의미는 몰라 주위를 황당하게 했다는 기사들이 등장한다.
얼마전 한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작가사인회의 일정지연과 관련해 담당자가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고 올린 공지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글에 이용자들은 욕설 과 함께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공지글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올리는 게 어떨까요」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줌」 「이것 때문에 더 화나는데 꼭 심심한 이라고 적어야 했나」라는 말도 안되는 항의를 이어갔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하다」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잘못 이해한 부끄러운 댓글들이었다.
이외에도 「금일 자정까지 레포트를 제출하라」는 한 학교 수강과 관련한 공지에 「금일(오늘)」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이 「오늘까지 아니었나요? 금요일까지 내는 건가요?」라며 혼선을 빚었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부의 「사흘연휴」발표를 보고 사흘을 4일로 이해한 사람들이 「3일인데 왜 사흘이라고 하냐」는 웃지못할 오해도 있었다.

요즘 학교는 한자공부를 예전만큼 시키지 않는다. 또 종이책을 읽지 않고 뉴스도 잘 보지 않는다. SNS를 통해 대화를 주고 받다 보니 발음나는대로 써내려가는게 습관화 돼 있어 맞춤법을 모르는 성인들도 많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성인 문해 조사 결과」 실질문맹률은 75%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성인 4명 중 3명은 읽은 문장에서 새로 필요한 정보 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디어의 개인사유화, 인문학을 등한시한채 입시에 치중한 교육제도의 이면이 실질문맹률이라는 부작용으로 드러나고 있는 샘이다.

이렇게 세대가 이어지다 보면 지금 청년들이 장년이 될 때쯤 우리는 그들의 후손들과 번역기를 돌려가며 대화해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곧 다가올 한글날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글. 옥현영 기자
ⓒ sdmnews 옥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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