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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2년 02월 20일 (월) 13:44 [제 538 호]
오어사에는 물고기가 산다

빈가의 천덕꾸러기 혜공화상 높은 도력으로 존경 받아
집착 얽매이지 않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수행

△설산스님

신라 선덕 여왕 때의 큰 스님으로 유명한 혜공 화상의 일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혜공 화상은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천덕꾸러기로 자랐습니다. 그런 그가 7살 때부터 기적을 보였다고 합니다. 직위 높은 양반의 병을 고치기도 했다는 그는 하지만 세상이 지겨웠는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습니다.

승려가 되어서도 삼태기를 들고 다녀 삼태기 화상이라고도 불리던 그는 우물 속에 들어가 몇 달씩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물 밖으로 나와서도 옷이 하나도 젖지 않았습니다. 한없이 깊고 넓은 깨달음의 세계에 이른 것이지요. 원효가 모르는 것을 그에게 물으러 올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도력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하루는 원효와 혜공이 만나 회포를 풀기로 했습니다. 둘은 가까운 냇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 안주로 삼고 곡차를 마시며 세월 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두 스님이 물고기를 잡아 술을 마시는 것이니 사람들의 눈살을 어지간히는 찌푸리게 했을 테지요.
한 무리의 장꾼들이 지나가면서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그러자 두 스님은 웃으면서 냇가에 들어갔고, 거기에서 볼 일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싼 것은 똥이아니라 그들이 먹은 물고기로, 그것들이 다시 살아나 헤엄을 치며 뛰놀았습니다.

장꾼들이 모두 떠난 뒤에 두 스님은 서로 다투었습니다. 다시 살아난 물고기가 서로 자기가 먹은 것이라며 티격태격하니, 도력 높은 스님이라도 이처럼 사소한 일로 다툴 수도 있는가 봅니다. 그래서 그 곳에 세운 절이 「내 고기 절」이라는 뜻의 오어사입니다.
혜공 화상은 공중에 떠서 입적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높은 도력을 짐작할 만합니다. 반드시 그런 기적을 보인다 해서 깨우침이 큰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눈에 보이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해탈의 경지가 아니고서야 어찌 가능한 일인가요?

어떤 스님들은 유체 이탈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몸은 두고 정신만 빠져나와 자신의 몸뚱이를 저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를 보면 몸은 한 생애 살기 위해 잠시 빌린 집일 뿐, 정신세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스님이 몸을 더럽히고 빗나간 행동으로 동료 스님들의 명예를 흐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 스님이 마침내 자신의 삶을 참회하면서 죄값으로 소신 공양하고자 한다고 하자 큰 스님이 말렸답니다. 그러나 그 스님의 각오가 대단해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스님은 몸뚱이를 동여매고, 기름을 바르고, 장작 쌓고 마침내 불을 피웠습니다.
『앗 뜨거워! 큰 스님 살려주세요!』
그렇게 소신 공양을 다짐하던 스님의 살갗에 불이 닿자 큰 스님께 살려달라 애원합니다. 이미 불은 댕겨졌고, 이일을 어찌할까요?
정신이 몸에서 빠져나올 정도가 되어야 소신공양도 가능한 법입니다. 그러니 혜공 화상의 도력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만합니다. 우물 속에 있을 때, 그의 영혼이 몸에서 자유롭게 빠져나와 소풍을 즐겼을 것이 분명합니다. 잠시 빌린 몸뚱어리는 물 속에 담가두고, 영혼은 둥둥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녔을 것이니, 부처로구나 싶습니다.

속인이나 승려냐 제자리가 중요합니다. 물고기를 먹었으되 물고기는 처음 그대로 살아나니 우리가 살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있는 것, 자신이 있던 자리에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도 부처입니다.
처녀를 껴안고 돌다리를 건넌 뒤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디 다시 그 처녀를 내려놓고 가던 길을 간 혜공 화상처럼 집착에 얽매이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말하든, 저는 그처럼 자유로울 수 있는 승려가 되고자 합니다. 몸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막으며, 못 볼 것을 보면 눈을 감고, 그렇게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오어사에는 지금도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지요. 오늘따라 산사의 풍경소리는 더없이 고즈넉한데, 어디선가 찾아올 벗이 그리워지는 군요.
머루주 한 잔 생각나는 풍경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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