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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2년 01월 30일 (월) 16:58 [제 536 호]
내 가장 사랑하는 웬수

힘들고 아플 때 생각나는 웬수는 바로 내 옆의 배우자 희생을 감수해야서로간의 갈등이줄어들어
△설산스님

생애를 통틀어 부부처럼 각별한 인연도 없을 것입니다. 부부의 만남이야말로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천생연분의 숭고한 만남입니다.
그러니 부부의 인연은 얼마나 대단한 인연인지요. 죽으면 다시는 만날 인연을 갖지 못한다는 말처럼 맺기 어려운 인연이 바로 부부의 연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부부는 원수끼리 만난다는 말을 많이 안합니다. 그만큼 부부 사이에 산다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살다보면 싸움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끝내 헤어지기도 하는 것이 부부 아닌가요?
부부 사이에 나쁜 것만 생각하면 싸우고, 다투고,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죠.
그러니 세상에 이만한 원수도 없지요.

아내를 만나, 남편을 만나 어찌 좋은 일이 없겠습니까?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훨씬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쁜 일은 머리에 기억되고 좋은 일은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나쁜 일만 일어난다면 이것이야말로 불행이요, 당장에 헤어져야 할 일입니다. 부부의 연이 잘못되었다는 편이 옳겠지요.
그런데 부부란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듯합니다. 부부도 남끼리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이요, 부모 자식 사이에도 갈등이 따르게 마련인데 하물며 부부는 더하겠죠.
문제는 결혼 생활이 말처럼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이 60이 되면 귀가 순해진다 해서 이순이라 하는데, 어떤 말도 귀에 거스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곧 어떤 경우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래 전 일입니다.
한 텔레비전의 노인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여러 어르신 부부를 모시고 퀴즈를 냈습니다.
『부부가 평생 사는 것을 무엇이라고 하나요?』
사회자의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할머니 한 분이 부저를 누릅니다.
『웬수!』
이렇게 대답하자 방청석이 왁자지껄합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백번 천 번 맞다는 표정입니다.
다른 할머니도 부저를 누르고 대답합니다.
『쥑일놈!』
방청석이 다시 한바탕 웃음이 쏟아집니다. 사회자는 배꼽을 잡고 말을 잇지 못합니다. 한동안 사이를 두었다가 사회자가 다른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아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세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할머니가 대답합니다.
『웬수!』
어디선가 『조강지처!』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힘이들고 아플 때 생각나는 사람도 웬수인데 그 웬수가 바로 자기 남편이요, 아내요, 할멈이요, 영감인 것입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동전은 반드시 양면이 존재합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지요. 웬수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아플 때 생각나는 존재이고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웬수」라는 말에는 따뜻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말에는 원래의 원수가 가지는 의미가 아닌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습니다.
아플 때 옆에 두고 싶은 사람, 부부처럼 편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부부처럼 돈독한 관계도 없습니다. 싸울 때는 싸우지만 싸우면서 쌓이는 정이 바로 부부의 정입니다. 세상의 부부들을 위해 간절히 비오니, 세상의 노부부님들 위해 간절이 비오나니 내 것 만한 것이 없고 내 집처럼 편한 집도 없습니다.

대궐같은 남의 집에 초대되어 하룻밤을 자 보세요. 그처럼 불편한 것이 어디 있나요?
든든한 옆자리, 거기가 진정 내 아내의 자리요, 내 남편의 자리입니다. 자리는 한번 깔은 자리가 온기도 있고 좋은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요?
내 것이 최고라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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