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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14일 (수) 13:17 [제 730 호]
나쁜 어른의 반성문

10대가 즐거웠다 말할 수 있는 서대문을 꿈꾼다
유령처럼 몸만 학교 안에 있는 아이들, 문제의식 가져야

△박운기 시의원
나는 10대 청소년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다. 20대로 성장한 딸과 아들이 있지만 솔직히 돈 벌어서 밥 먹이고 학교 보내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중년이 된 친구들이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교육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농담을 할 때 솔직히 반가웠다. 모르고 간섭하는 것보다 아예 무관심한 것이 좋은 거라고 스스로 정당화하기도 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모두 별 탈 없이 잘 자라줘서 내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의 약어)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작년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아 서대문구 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내 이런 안이한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학교별 간담회를 했는데 학교운영위원은 물론이고 학부모회 회원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참여한 부모님들은 남녀불문 열심이고 뜨거웠다. 간담회를 마치고 간혹 뒷풀이를 가면 부모들은 역시나 아이들 이야기였다.

공부도 중요했지만 학교폭력, 대화단절, 진로고민 등도 중요한 대화주제였다. 듣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라는 충격도 많이 받았고 내 무식함에 대한 부끄러움도 컸다.
그렇게 조금씩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학)부모, 교육, 청소년, 진로직업 등 낯설지만 책을 읽고 전문가를 만났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을 「나는 나쁜 어른이다」라는 것이었다.
왜? 동네의 10대 청소년을 보면 크게 두 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학교와 공부다. 10대는 그저 학교 열심히 다니고 이왕이면 공부 잘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지역 정치인으로서 학교에 좋은 시설 설치하도록 지원하고 양질의 교육프로그램, 강사비 등을 따오면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매우 달랐다. 아이들은 저항도 포기하고 무기력한 상태였고 아파했다. 부모들도 행복하지 않았다. 물론,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사업, 마을교육 등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존재했다. 그런데 입시가 등장하는 순간 변화의 에너지는 급속도로 사라졌다. 교육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입했는데 왜 이런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가? 나는 이것이 나쁜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한테 하루 종일 일만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이미 우리 아이들은 세계 최장시간 공부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부는 입시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고 교육열 등 사회문화적 측면도 관련된 구조적 문제라 지역정치인으로서 이를 근본적으로 풀 수는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청소년들에게 더 쾌적한 더 많은 여가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대문에서 청소년들이 여가를 즐길만한 공간으로 떠오는 건,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 인데 수련관 1개, 문화의집 1개가 전부다. 위치가 좋지 않거나 특정한 권역에 치우쳐 있어서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남북가좌동 등에 새로운 청소년여가시설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여가시설의 확충과 함께 필요한 것은 진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여가」라 말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잔뜩 넣고 「여가」라 말하고 「놀거리」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것은 나쁜 어른들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어른들의 놀이공간인 술집, 노래방, 당구장 등에서 토익공부 시키고 술, 당구대, 노래방기계가 없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학교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밖에도 많은 우리의 아이들이 산다. 이른바, 학교밖청소년이라고 부르는 아이들. 지난 휴가 때 나를 돕는 후배가 책을 한권 추천해서 읽었다. 책의 내용은 일종의 유령처럼 몸이 학교 안에 있어도 아이들의 정신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보면 학교밖의 아이들은 자신의 정신을 찾아 학교를 떠난 것일 뿐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모두 우리 아이들이다. 비록 학교밖에 있지만 우리 지역과 우리 사회 안에서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 없다는 이유로 그들을 배제하고 백안시하는 것은 나쁜 어른들의 편견이며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짓밟는 행위이다. 자치구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있지만 사실 역부족인 상태이다. 센터가 하나 있고 연간 예산을 일부 준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문제의식을 가진 어른들, 관계기관, 전문가 등이 모두 모여 힘을 모으고 구청이 행정력을 통해 기운팍팍 줘야한다. 사례별로 신중하게 만나고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억지로 학교에 다시 보내자는 것이 아니다. 각자 사회와 지역구성원으로서 살아갈 길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할 일이 무척 많을 것이다. 원래 어른이라는 자리는 늘 그런 것 아닌가? 나쁜 어른을 넘어 진짜 어른이 되도록 다시 맘을 가다듬어 본다.      
ⓒ sdmnews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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