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2 (금)
 
기사검색
 
이달의 문화포스팅
박운기의‘ 기운 팍 서대문’ 동네방네이야기
쉬어가는 수필
기고
축사
기자수첩
법률칼럼
쓴소리 단소리
풀뿌리참여봉사단
Dental Clinic
>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2년 10월 24일 (수) 11:17 [제 559 호]
왜 이리 가슴이 아픈지

죽음 앞에서 진리로 돌아가는 것은 인지상정 인과응보란 피해갈 수 없는 숙명
△설산스님
교도소에 있는 수인들로부터 편지를 받곤 합니다.
 제가 쓴 글을 읽은 분들이 편지를 보내옵니다. 또박또박 정성 들여 쓴 글, 그 사연 너머로 또 다른 느낌이 전해옵니다.

한 자 한 자 적으면서 참회하고 눈물 흘렸을 그분들을 생각하면 절로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 분들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오히려 제가 그분들께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만 합니다.
교도소 안에 있는 몸이지만 생각은 매우 자유롭습니다. 어떨 때는 수행자인 저보다 마음이 자유로운 분들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럴때면 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그분들을 만나면 자연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여 수행자로서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솔직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습니다. 몸은 창살에 갇혀 있어도 생각의 폭은 넓고 깊어서 진솔한 언어들이 숨어 있는 것을 경험합니다.
자신의 처지가 궁색해짐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지요. 이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 하나요?

자비를 빌어 볼 따름입니다. 희망을 버리지 마시라고….
사형수들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것도 집행되기 직전에 만나는 사형수는 감회가 남다르고,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 칩니다.
인간이 틀에 맞춘 제도로 인간의 목숨을 다룬다는 것이 참으로 죄스럽습니다.
물론 수형자도 나름의 죄는 있겠지만 죄는 이미 쏟아졌고 참회의 길은 멀기만 합니다. 그런데 서둘러 사형을 집행한다는 것은 너무나 매몰차기만 합니다.

많은 사형수들이 죽음에 임박해서 진정으로 참회합니다. 저 세상에 갈 때는 깨끗한 영혼으로 가고자 하는 바람을 내보입니다. 그것은 다음 세상에서는 착하게 살고자 하는 초연한 바람이요, 눈물입니다.
그처럼 참회의 눈물을 흘릴 때는 제가 대신 죽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자식을 전장에 내보낸 부모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죽음 앞에서 진리로 돌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세상의 참된 말씀이 영롱히 떠오르니 그 눈물이 뜨거워질테지요.
인과응보란 우리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입니다. 모든 것은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니 승려인 저로서도 더이상 달리 해줄 방법이 없습니다.

가엾은 그들은 다음 생애에는 현세의 업을 떨쳐 버리고 새롭게 거듭나기를 빌 따름입니다. 그림자는 한평생 따라다니지만 몸이 없어지면 그림자도 없어집니다. 그러나 업이란 천리 만리까지도 영혼의 그림자가 되어 나를 따라 다니는 법입니다.



이 이치를 안다면 죽음도 가볍고 인생을 헛되기 다루지 않겠지요.
ⓒ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seodaemun@korea.com
 

회사소개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광고안내 구독안내
서대문사람들신문사/발행인 정정호  esdmnews.com Copyrightⓒ 2006   All rights reserved.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7안길 38 B동 301호/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서울다-3012/등록일자 1993.6.8 Tel: 02) 337-8880 Fax: 02) 337-8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