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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2년 04월 20일 (금) 18:32 [제 544 호]
귀를 닦고 입을 다스리며

부대끼는 고뇌와 번뇌는 숙명 수행 통해 인연의 깊이 깨달아야
△설산스님 (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깨달음은 사유로부터 시작됩니다. 사유란 생각입니다. 인간이란 결국 생각을 벗어나 살 수 없기에 깨닫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여 『한 생각 거두시게』하는 화두가 공연히 있는 것이 아니지요.
어떤 이가 스님께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 어디입니까?』
그러자 스님이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귀를 잘라 버리고 거리에 눕는 자리이지』
그러자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그 조용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질문에 스님은 다만 자기 갈비뼈를 만져 보였다고 합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참으로 위대한 진리입니다. 일의 시작은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듣지 않으면 말도 없는 법입니다. 귀를 열고 듣다 보니 생각이 일어나 입을 거듭 열게 되는 것이지요.
주위에서 보면 엷은 귀 때문에 마찰이나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만 봐도 어디서 들었는지 귀가 엷어서 들었던, 검증되지 않은 말을 내뱉어 구설수에 오릅니다. 수행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지혜로워 듣는 것에도 신중했습니다. 사악한 소문은 귀머거리처럼 하고 입을 열기를 세 번 생각한 후에 말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늘 명심하는 좌우명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신중을 기하면 입을 열어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요. 사람들도 이러한 이치를 잘 알면서도 행하지 못합니다. 그 실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뜻과 포부와 결심은 크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데는 대단한 각오가 따르는 법이지요.

우리가 부대끼는 많은 고뇌는 생각에서 비롯합니다. 생각을 벗어나 멍하니 살 도리가 없기에 그것은 숙명적입니다. 필연적으로 오는 고뇌, 이것도 무지에서 비롯되지요. 그러기에 수행을 통해 인연의 깊이를 깨달아야 합니다. 산다는 것이 실제 있지 않는 것을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보니 그러한 탓에 온갖 고통이 생기는 것이지요.

저로 인해 고통에 부대낀 수많은 인연들을 떠올려 봅니다. 제 자신이 그들에게 허상이고, 그들 또한 제가 허상인 것을….
저 역시 인연에 집착한 삶을 이어온 것은 아닌가 스스로 돌아봅니다. 하여 지금 이라도 외롭고 힘겨워하는 분들께 기쁨이 되는 삶이기를 바라며 행하고자 합니다.
오늘도 제 귀를 닦고 입을 다스리는 수행을 그치지 말아야 겠지요.
ⓒ sdmnews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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