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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2년 03월 21일 (수) 11:30 [제 541 호]
그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사는 환경따라 호랑이가 되기도고양이가 되기도 해

△설산스님
그 옛날, 한 스님이 나무를 깎아 두 개의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그 조각은 모양새며 크기가 똑같았습니다. 스님은 도술을 베풀어 나무 조각에 생명을 불어 넣었지요. 그리고는 그 두 개의 나무 조각 중 하나는 깊은 산 쪽으로,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던졌습니다.

나무 조각을 각각 떠나 보낸 뒤 스님은 부모가 자식을 멀리 떠나 보낸 뒤 처럼 늘 「잘 살아야 할 텐데…」 걱정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스님은 절간 언덕에 해바라기를 하고 앉아 오래 전에 떠나 보낸 나무 조각들을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은 산속을 지나던 스님은 크게 놀랐습니다. 아니 기쁨의 눈물을 흘릴 정도였지요. 산중으로 보내졌던 나무 조각이 산중호걸이라는 호랑이가 되어 모든 산을 뒤흔들 정도로 포효하는게 아닙니까? 스님은 기쁘기 그지 없었습니다. 나무 조각이 산중호걸이 되어 모든 산짐승들을 호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자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스님은 얼굴 가득히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스님은 이제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한참 뒤 마을로 내려간 조각이 스님을 찾아왔습니아다. 그 조각은 고양이가 되어 있었는데, 호랑이와는 달리 몸시 지켜 있었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네가 어찌 절간을 찾아왔느냐?』
『스님 죽겠습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고양이가 스님한테 도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영문을 몰라 의아한 표정으로 고양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살기가 힘드냐?』
『예, 개들 때문에 못살겠어요』
『개들 때문에 못살겠다고?』
스님은 고양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왜 고양이가 개들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소연 하는 걸까요?
『제가 사는 마을에는 개들이 많이 살아요. 그런데 그것들이 저만 보면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대니 어찌해야 하나요?』
스님은 고양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방법을 일러주마. 개들이 또 못살게 굴거든 반드시 이렇게 하거라』
스님이 고양이에게 일러준 방법이란 주문이었습니다. 개들을 만나 괴롭힘을 당하면 반드시 「옴식사바하」라는 주문을 외우라고 했습니다. 고양이는 너무나 고마워 스님께 큰 절을 올리고 까불대며 마을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고양이는 자신의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도 쉬지 않고 「옴식사바하」를 입에 되뇌었습니다. 잊어버리면 낭패니까요.
산의 중턱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에 다다랐을 때 언덕 너머에서 새들이 땅에서 재잘거렸습니다. 고양이는 간섭하기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고 그만 입 속에 뇌이던 주문도 멈춘 채 새들 쪽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달려가자 새들은 저 멀리 하늘을 향해 날아가 버렸습니다.

『맛있는 먹이인데…』
고양이는 입을 다시더니 다시 마을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이 일을 어쩌지요? 스님에게서 받은 그 주문을 잊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고양이는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며 주문을 떠올리려 온갖 애를 썼지만 떠오르는 것은 단 한 글자, 식자 하나뿐이었습니다.

「나머지가 뭐였더라?」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머지 글자는 떠오르지 않았지요. 하는 수 없이 고양이는 푸념하며 마을로 터먹터먹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마을 어귀에 다다랐을 때 마을 앞에 여전히 개들이 무리를 지어 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정말 낭패였습니다. 전처럼 고양이가 나타나자 개들이 다시 괴롭힐 태세를 취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고양이는 스님에게서 받은 주문 중 떠오르는 단어라도 외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개들은 일제히 고양이를 향해 달려옵니다.
『식』 고양이가 주문을 외웁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개들이 도망가지도 않고 혼자 중얼거리는 고양이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시익?』

그러자 고양이가 또 주문을 외웁니다. 『식』 그러자 개들이 또 의아한 표정입니다. 『시익?』
그래서 개들이 고양이를 보면 「시익 시익」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생겨났습니다.
이 우화는 얼마나 환경이 중요한지 가르쳐 줍니다. 똑같은 조건이었지만 산으로 간 동물은 호랑이가 됐고, 마을로 내려간 동물은 고양이가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환경은 스스로 만들어 가고, 힘겨운 환경을 이겨 나가는 것도 자신입니다.
ⓒ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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