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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3일 (수) 20:33 [제 824 호]
생활칼럼 / 서대문구의회 양리리 의원

“장애 여성은 출산에 생명을 건다”
△양리리(서대문구의회 의원, 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서울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2013년 「책 읽는 도시」를 썼다. 지금 읽어보면 아쉬운 집필이지만, 그해 교보문고 정치사회 스테디셀러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획의 시작은 ‘서울을 어떻게 하면 책읽기 좋은 도시로 만들까’라는 고민에서였다. 책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 답을 찾고자 했다. 첫 번째 인터뷰한 이는 서울도서관 이용훈관장이다. 책과 도서관 이야기를 하고 서울도서관 전 층을 둘러보았다. 그날 장애인을 위한 책읽기 장비들을 처음 봤다. 엄마가 지체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까지는 장애인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장애인 정보소외와 알권리도 고민해보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그때 지역도서관 활성화를 돕고자 「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로 활동했고, 문헌정보학과 박사과정 중이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와 알권리연구소 감사도 했다. 장애인책읽기 장비들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가 책읽기 좋은 도시라면 당연히 모두가 책읽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대상을 시각 · 청각 장애인, 다문화, 노숙자까지 넓혔다. 장애당사자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장애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 경험이 오늘날 비례 구의원으로 활동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보통 비장애인은 장애인하면 신체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을 떠올린다. 좀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을 떠올리며 앞이 안보여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할까 안쓰러워한다. 그러나 청각장애인 존재나 어려움은 잘 모르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책 읽는 도시」를 쓰기 전까지 나도 그랬다.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니 시각장애에 비해 가벼운 장애라 생각했다. 마음대로 다닐 수 있으니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보다 삶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편견이고 몰이해였다. 어떤 장애도 쉬울 수 없으며, 비교할 수 없음을 알았다. 장애유형별 당사자 입장을 반영한 맞춤정책이 필요함을 배웠다. 이 경험은 2019년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양육지원금 지급조례」개정 때 반영됐다.

여성 장애인 출산보다 양육 지원에 초점 맞춰야

2018년 12월 사회복지과 업무보고 때 여성장애인도 첫째에서 셋째 순으로 더 많은 출산지원금이 지급됨을 알았다.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 목적 때문이다. 여성장애인 몰이해에서 비롯된 정책임을 지적하고 개정을 준비했다. 출산과 양육은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과 사회적 제약을 초래한다. 비장애여성보다 약자라 할 수 있는 장애여성은 몇 배의 어려움에 처한다. 심지어 장애여성 출산은 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

45년 전 소아마비로 신체기형인 엄마는 제왕절개로 나를 낳으셨다. 두 살 터울 동생도 제왕절개로 낳으셨다. 의학기술이 발달된 오늘날에도 제왕절개는 개복수술과 엄청난 양의 출혈로 신체적 부담을 수반한다. 45년 전 의료수준을 감안한다면 엄마는 목숨을 걸고 임신과 출산을 한 것이다. 목숨을 건 장애여성 출산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장애여성은 임신 전부터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 임신 전에는 신체제약으로 임신이 될까 하는 걱정에서, 임신 후에는 아이 장애여부를 걱정한다. 출산 후에는 더 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혼자서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키우는 것이 만만치 않다.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다출산을 장려하기보다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애여성 관점에서 조례를 개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읽는 도시」 집필 경험을 발휘해 조례에 장애유형별 당사자 목소리를 반영하고, 비장애인에게 유형별 장애여성의 어려움을 알리고 싶었다. 시각·청각·지체 장애여성을 토론자로 모셔  「여성장애인의 엄마되기, 너무 힘들어요! -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지급 조례」 개정토론회를 2019년 6월 4일 서대문구청에서 개최했다.

지자체에서 수당형태의 현금을 지급할 때는 「사회보장기본법 제 26조 제2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를 해야 한다. 장애여성관점에서 출산을 장려하기보다 양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건복지부의 생각은 달랐다. 이 조례와 상위법 취지는 출산장려이므로 매달 양육수당지급에 반대했다. 차라리 매달 지급할 양육수당을 한 번에 출산지원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이러한 관점 차이를 좁혀 최종 허가를 받는데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비했다. 나와 사회복지과장이 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야 했다.

부부를 닮은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여성 누구나 갖고 있는 소박한 꿈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소소하면서도 일상적인 행복을 느끼고 싶은 마음은 특별하지 않다. 특별한 여성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니다. 인류 역사상 보편적이고 타당한 원초적인 욕구이다. 여성장애인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장애가 있지만, 여성장애인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출산과 양육을 사회는 지원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장애여성도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복지신문 공동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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