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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2월 29일 (수) 11:19 [제 539 호]
배고픈 스승들을 위한 식탁

제 때 식사도 못하는 어려운 분들을 만나면 제 손이 얼마나 작은지 원망할 따름입니다
△설산스님
저는 전생에 남의 도움을 많이 입었다고 믿습니다. 누구나 자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남의 도움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유독 저는 남에게 받은 은혜가 많았는지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분들과 만납니다. 무료 급식소를 운영한 것도 남으로부터 받은 빚을 갚기 위한 당연한 몫이라 생각합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대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어떤 위치에 있든 제게는 한결같은 분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나는 분들은 모두 「님」이라고 부릅니다. 사랑하는 님에게는 어느 것이라도 아까운 것 없이 바치고 싶습니다. 그와 같은 마음으로 서툴지만 보시의 즐거움을 배웁니다.
그러나 보시는 한편으로는 고통입니다. 제 때 식사하지도 못하고, 하루 한 끼도 먹기 어려운 분들을 만나면 제 손이 얼마나 작은지 원망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한 분이라도 더 보시의 손길이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무료급식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봉사자도 부족하고 쌀도 부족하지만 주위의 뜻있는 분들의 도움을 입어 행복한 마음으로 급식에 임하고 있습니다.
50여분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교대로 일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불평하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일도 없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 분들을 통해 참다운 실천의 숭고함을 배우며, 더불어 제가 해야 할 몫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장소가 비좁아 찾아오는 분들을 모두 대접하지 못할 때는 가슴을 도려내는 듯 합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하루에 적어도 두 끼, 아니 하루종일 식사를 대접하고 싶지만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것이 여간 마음 아프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더러 고생을 자초한다고 해서 미련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고생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무료 급식 봉사를 통해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 어려운 일인 줄 알지만 그만큼 값진 일이기도 합니다.
홀로 공부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 속에서 고락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베풀면서 도를 깨우치는 것도 그만한 의미가 있습니다. 참선이란 반드시 깊은 산중에서만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속에서 배우고 깨닫고 몸소 실천하는 것 역시 의미있는 수행일 테지요. 제 한몸 꺼질지라도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살릴 수 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배불러 졸음을 쫓아내고 있을 때 굶주림에 잠들지 못하는 이웃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니, 그들은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우리 안에 머물 때, 그리고 작기만 한 그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되는 길입니다. 날마다 아픈 마음, 아픈 상처, 아픈 몸을 이끌고 급식소에 들어서는 분들 모두가 제게는 스승입니다. 제 한 목숨 다할 때까지 그 스승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분들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까요.

부처님께서는 수없이 많은 전생 동안 세상을 위한 헌신을 그치지 않으셨습니다. 님에게 아까운 것 하나 없이 그 무엇이든 바치고 싶은 이 마음, 오늘도 저는 이렇게 보시를 합니다.
ⓒ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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