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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1년 12월 26일 (월) 18:34 [제 532 호]
사는 게 무어냐 물으시면

수천번의 찬사보다 한번의 실천이더 위대하다 작지만 손이 닿는 곳에 베풂나누면 오늘 풍요로워
△설산스님
산사의 새벽 공기가 차갑게 뺨을 스칩니다. 풀 끝에 이슬이 맺혀 영롱히 반짝이고, 먼동은 이슬을 품어 안으며 떠오릅니다. 서쪽 하늘 끝에 걸린 초승달을 따라 철새 몇 마리가 소슬히 날아가고 있습니다.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사는 저로서도 절로 부모 형제 생각이 간절한 새벽입니다.
예불을 마치고 무량수전을 나오면서 점심 걱정을 합니다.「오늘은 어르시들을 위해 어떤 반찬을 해드릴까?」

이생각 저 생각이 절로 가지를 치는데 그러다 보니 마음이 복잡해 지는군요.
무료 급식소에서 점심 공양을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한결같이 외로움에 젖어 있습니다. 배고픔과 가난함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먼저 정에 굶주려 있지요., 늙고 병드고, 굽은 허리와 주름진 얼굴….
그 분들을 볼 수록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되겠지」하며 공연히 쓸쓸해집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순리를 생각하지 못하지요. 젊음이란 흐르는 물처럼 빨리 지나가고 말아요. 젊다고 언제나 청춘은 아니지요.. 하루하루 지나는 것이 더디다고 여길지 몰라도 지나가 버린 것은 쏜살같다는 생각이 드는 심정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태어남의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임종의 슬픔도 있지요. 살면서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결코 성공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죽음, 세상과의 결별을 생각하고 살아가면 저도 모르게 삶에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누가 제가 사는 것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베푸는 것이라고, 보시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부귀 공명이나 명예, 권력도 부질없는 것으로, 이런 것은 잠시 스쳐 가는 인연이거나 생각합니다. 권력이나 명예나 부귀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요. 권력이 있을 때 그것을 약한 사람을 위해 베풀면 금상첨화이겠지요. 명예가 있는 만큼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면 세상을 위해 베푸는 길이 되지요. 부자라면 여력이 있을 때 그것을 어려운 이들에게 베푸는 것도 공덕을 쌓는 삶입니다.

옛날 조상들은 돕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발품, 손품을 팔아 거들어 주는 미풍양속은 오늘날에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정이 메마른 사회가 된 것은 분명해요. 아파트에서 죽은 노인이 한달 뒤 발견되고, 옆집의 강도사건을 신문을 통해 알게되는 세상…. 그렇게 이웃의 얼굴도 모른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지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같은 배에 탄 사람들입니다. 배가 한 군데 구멍나면 결국 우리 모두가 같이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점심식사를 굶는 사람들이 수십반 명에 이르는 현실보다 충격적인 것은 우리가 그런 사실조차 모른 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천 번의 찬사보다 한 번의 실천이 위대한 법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그 뜻을 몸으로 수행하고자 지난 1981년에 봉사단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지금은 훌쩍 자라 31세의 청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최고의 삶은 베푸는 삶이라 자신합니다. 그래서 작지만 제 손이 닿는 곳에 베풂을 나누어 주려하고, 그렇게 오늘을 풍요롭게 하고, 보시의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이 글을 빌어 제게 가르침을 주시는 자원봉사자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봉사회 회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분들은 하천이나 유원지의 쓰레기를 거두어들이는 것은 물론, 청소년 유해 환경 감시단을 운영하기도 하지요. 특히 불우 청소년을 위한 이분들의 손길은 거룩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무료 급식소 봉사자 분들 또한 살아계신 부처님이십니다. 이분들은 모두가 늘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삶을 사시는, 살아있는 부처님이십니다.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지요. 열 사람이 한 숟가락만 보태면 한사람이 먹을 밥을 만드는 법이라지요. 여러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 구제하기는 쉽습니다.
이것이 보시의 힘시지요.
ⓒ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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