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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1년 11월 14일 (월) 15:05 [제 529 호]
낳기는 부인이 낳았어도

당신의 아이가 내 아이가 되듯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제발 내 것을 내 것이라 이르지 마소서
세상에 진정 내 것이란 없는 법

△설산스님
「세상에 영원한 내 것이란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제 육신마저 끝내 제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제가 소유한 것들이야 당연히 제 것이 아니 되는 것이지요.
저를 낳아 준 어머니, 아버지 모두 돌아가셨으니 그 인연 다 했고, 팔자 드센 탓인지 산중에 자리를 틀면서 모든 인연 끊고자 한 몸이 아니던가요?

가만히 보면 우리는 너무 집착합니다. 결혼해 몸을 섞은 아내도 떠나면 내 것이 아닌 것을 어쩌자고 구차하게 내 것, 네 것 따지며 얽매이는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내가 모은 재산도 필경 내 것이 아닌 것을…. 여러분이 돌아갈 때는 자기 것 하나라도 가지고 갈 수 있나요? 솔바람 한 줌 집어 갈 수 있나요? 절간 귀퉁이에 휘늘어진 댓그늘 한자락 가져갈 수 있나요? 아니면 한 스님의 말씀처럼 처마 밑 풍경소리를 들고 갈 것인가요? 모든 것이 부질없는 짓이거니….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도 내 것이 아닙니다. 초대 문교부 장관을 지낸 안호상 박사는 아이들 사랑이 남달랐다고 합니다. 어느 휴일에 박물관에 갔는데, 마침 어린아이들이 박물관 답사중이었습니다. 통솔하는 선생님들은 물론 아이들의 부모들까지 상당히 많은 일행이 모여있었습니다.
그런 중에 그 분은 아이 하나가 전시물을 손으로 만지면서 유별나게 떠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만져서는 안 되며 조용한 가운데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분위기가 그 아이 하나 때문에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 아이를 불러 타이르셨습니다.

『얘야 공공장소에서 그러면 안되지? 물건을 만져서도 안 되고, 시끄럽게 굴어서도 안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한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
그 분의 타이름에 겁을 먹었는지 아이가 울음을 쏟았습니다. 그때 아이 엄마가 뛰어오더니 그 분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아니 여보세요. 당신에 뭔데 남의 귀한 자식한테 이래라 저래라 애를 울려요! 나도 나무라지 않는데』
아이 엄마의 드잡이에 그분은 순간 몹시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아이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낳기는 부인이 낳았지만 가르치는 것은 함께 가르치는 것이오. 이 아이가 사회 구성원인 이상 우리 모두의 아이요. 그러니 너무 섭섭하게 여기지 마시오. 부인』
그 분의 말에 부인은 얼굴이 새빨갛게 익었습니다. 그때 저만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의 아빠가 황급히 달려와서 안호성 박사를 알아본 뒤 큰 절을 올렸습니다.
『박사님 고맙습니다. 제 아이를 박사님의 아이처럼 대해 주시니 이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

이 일화는 나 밖에 모르는 많은 사람들한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내가 낳았다고 하여 내가 소유한 자식이 아니듯이 이 세상 모든 물건, 마음, 재물, 명예, 권세도 영원히 내 것일수는 없습니다.
젊은 사람이야 물론 욕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당장은 내 가족이 먹고 살을 양이면 가진 것이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집도 마련해야 하고, 자녀도 양육해야 하고, 부모도 보살피려면 당연히 가진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정도가 너무 지나치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그만큼 버리는 것이 많아야 할 터인데 오히려 소유의 뿌리를 굳건히 다니는 것 같습니다. 평생 소유욕을 키워왔으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눈감기 전까지는 하나라도 움켜쥐려고만 하니 중생을 구제하는 소명을 지닌 승려로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당신의 아이가 내 아이가 되듯이 그렇게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하는 것이 바로 삶입니다. 내 몸은 죽어 흙이 되고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지면 고기밥이 되고….
내가 땅에서 나는 곡식을 먹었으니 땅의 곡식의 거름이 되고 생선을 먹고 살았으니 바다에 뿌려져 물고기의 밥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진리가 아니겠습니까? 영원한 내 것도 영원한 네 것도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진정한 불국토라 하겠지요.

오른도 저는 그런 세상을 위해 수행 정진합니다. 세상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나무아미타불」을 수도 없이 외칩니다. 제 한몸 걸레가 되어도 좋습니다. 흩어져 바람이 되어도 좋습니다.
바람 속의 티끌이 되어도 좋으니 제발 내 것을 내 것이라 이르지 마소서. 세상에 진정 내 것이란 없는 법.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닌 가요?  마지막 입는 곳에는 주머니가 없는 법이지요.
ⓒ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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