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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홍제천의 봄 > 쉬어가는 수필
2011년 11월 02일 (수) 13:41 [제 528 호]
현대판 고려장

자식은 부모를 버려도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못해
사회의 부조리수행자의 한사람으로부끄러워

△설산스님
오늘날, 복지시설에 버려지는 노인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버려진 채로 빈집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몇해 전 인천의 한 복지 시설에는 70살 넘은 치매환자가 들어왔는데, 두 딸이 어머니에 대한 포기 각서를 썼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보호 의무를 맡은 시설에 책임을 묻지 않을 뿐 아니라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경우에도 자식한테 연락하지 않아도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 뒤 할머니는 몇 차례나 딸집에 가겠다고 우겨서 어쩔 수 없이 딸이 사는 집에 찾아가 보았지만 첫째 딸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둘째 딸은 이사갔다고 합니다. 그 후 어렵게 연락이 되었지만 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손녀딸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매몰찼습니다.
『그 할머니는 우리 엄마와 아무 관계도 없어요』
이렇게 말하곤 전화를 끊었습니다.

참으로 서글프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요?
옛날처럼 부모를 지게에 짊어지고 깊은 산에 내다버리는 것만 고려장이 아닙니다. 도갈 데 없는 부모를 나 몰라라 외면하는 것도 고려장이지요.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이 경우 요즘 1년 이상 치료비가 밀려있는 노인이 5명에 이르고, 3,4개월 씩 연체한 경우도 15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정은 지역적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 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입원비를 장기간 연체한 자식들은 사실상 부모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혀를 찹니다.

입원비를 결산하고 부모를 돌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부모에 대한 효심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죽어가는 부모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그 피를 먹였다는 효성깊은 옛이야기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되었나 봅니다.
한 노인 수용 시설의 사무를 맡고 계시는 분은 이런 실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어느 늦은 밤, 수용 시설의 정문에 노인이 앉아있다는 전화를 받고 나가 급히 가서 보니 노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왼 다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노인이 쓰레기통 옆에 앉아 있으니 잘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손전등을 들고 쓰레기통 쪽으로 가 보니 옷 보따리를 끌어안고 앉아있는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그는 안쓰러운 마음에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는데,  그 순간 승용차 한 대가 쏜살같이 달아나더라는 것입니다.
복지시설에 버려지는 노인들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철거 직전의 두 칸 밖에 안되는 아파트에서 할머니 한 분을 발견했는데, 그 집에는 세간은 커녕 이불 하나도 없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니 가슴이 메입니다. 할머니는 지독한 외로움과 굶주림을 끌어안은 채 사흘은 혼자 버려졌다고 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할머니께 고향을 물으면 또박또박 대답하시고 이름도 나이도 아시는데, 자신에 대한 질문만 하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에는 벙어리처럼 입을 닫아 버렸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나하요? 자식은 부모를 버리더라도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못합니다. 자식한테 피해가 갈까 전전긍긍하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면 말문이 막힙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란 존재가 대체 자기 낳아 준 부모를 이렇게 대하다니 짐승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28살의 아들이 아버지 몰래 인감도장을 빼돌려 대출을 받았다는 기사도 읽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참아야지 했는데, 이자를 갚지도 않은 채 잠적해 버렸답니다. 아버지는 아들 때문에 치육스럽게도 신용불량자가 되었지요. 이런 일로 해서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고생하고, 거동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연락이 없고, 몸은 말을 듣지 않고…. 하는 수 없이 경매로 집을 넘기고 허름한 야산에다 움막을 치고 살고 있답니다. 아버지는 아직 65살도 되지 않았고 호적에는 부인과 아들의 이름이 올려져 있어 노인복지 시설에 들어갈 자격도 없다고 합니다. 그분은 아들을 원수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원수를 갚기 전에는 눈을 감지 않을 거라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야무리 극히 일부의 사건이라지만 그런 기사를 잃을 때마다 제일인양 가슴이 무너집니다.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새삼 수행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설산스님(백련자비원·사암연합회장)
seodaemu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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